TheNigters THE NIGH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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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of Night

하운즈펠​Houndsfell
개처럼 몰려든 인간들이 떨어져 죽는 땅 

미국 북동부 해안 도시. 마지막 버팔로들이 도축 당한 평원, 18세기 무역 회사들이 식민지를 꿈꾼 항구, 그리고 20세기 미국 북부 경제 성장의 중심지를 거쳐 이제 몰락한 도시가 되었다. 러스트 벨트가 녹이 슬고 오일 쇼크가 석유 수도꼭지를 잠가버리며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시민들이 빠르게 도시를 떠나고, 비어버린 건물이나 짓다 만 빌딩은 그대로 마약 범죄자나 갱단의 소굴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03년 구도심 중심이 거대한 싱크홀 안으로 꺼져버린 원인불명의 재난 ‘하운즈펠의 비극’ 이후 도시의 병색은 수복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빈곤층 35%.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파산을 면할 수 없었던 시는 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내의 마피아 집단과 단단히 유착되었다. 경찰, 정치인, 언론, 모두가 한통속으로 묶여 범죄 조직의 손안에서 놀아난다.  

하운즈펠의 8월은 미 동부에서 손꼽히게 우울한 여름을 자랑한다. 후덥지근한 중에 강수 확률이 40%대로 높아 맑은 하늘보다는 비구름이 끼어 어두컴컴한 날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8월 한 달 중 12일 이상은 비가 오며 해가 저물고 난 이후에는 빠르게 기온이 떨어진다.


두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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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시티The Night City
도시의 밤은 길고 동이 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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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즈 펠에게 붙은 별명. 본명보다 더 유명한 악명, 나이트 시티. 이 밤의 도시는 그 중심을 가로지르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베들램 강을 기준으로 명암이 갈린다. 블림스키 시장이 보우하는 북부와, 밤마다 사이렌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남부. 북부 시민들은 도시 신출내기들에게 ‘해가 진 후에는 절대로 남쪽으로 가지 말아라’ 주의를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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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도심은 잘리다 만 케이크 같은 모양새다. ​유서깊은 주거지와 중심지 한 움큼을 싱크홀이 가져간 후, 사고를 간신히 피해 간 지역은 명줄 길게 살아남아 도심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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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중심에 쐐기처럼 박힌 싱크홀은 03년 이후 그대로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접근 금지’ 표지판과 너덜거리는 폴리스라인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가드레일 하나 없다. 싱크홀 주변에는 반쯤 무너진 채로 고쳐지지 않고 버려진 건물들과 짓던 도중 투자가 중단되어 철골만 존재하는 빌딩들이 즐비하다. 모든 것들이 03년에 멈춰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건물주와 거주자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돌아올 것처럼. 한 편으로 돌이킬 수 없이 낡아간다. 구도심의 동부 끝자락에 있는 항구에서 성행하던 무역업과 조선업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주인을 잃고 삭아가는 선박들, 버려진 크레인과 용도를 알 수 없는 화물 컨테이너. 선박 하역장과 조선 현장을 오가던 노동자들이 머무르던 빌라촌은 본래 주인을 잃고 고스란히 슬럼이 되었다. 간혹 항구에 화물 선박들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떳떳한 목적은 아니다. 마약이나 무기 또는 사람 같은 것들이 거래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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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살아남은 조각을 올드 뉴 타운이라 부른다. 법원과 시청, 성당과 모스크가 모여있어 위험한 구도심에서도 그나마 늦은 밤까지 걸어 다닐 만하다. ​구 도심에서 거의 손을 놓은 것처럼 구는 시 정부도 이 구역에는 경찰력을 조금 더 배치해 두었다.

이런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고 지대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유태인, 아시아인 이민자가 세운 거리들이 등과 등을 붙이고 있다. 사우스 릿지의 이민자 절반 이상은 저소득층으로, 남동쪽의 구 무역항을 둘러싸고 형성된 슬럼가에 주로 거주한다. 주민 대부분은 수급 지원을 받는 일용직,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다. 싱크홀 접근 금지 표지판 코앞에서 성업하는 식당이나 노점상들은 이들의 솜씨다. 사정이 좀 나은 이들은 신도심의 기업으로 출퇴근한다. 휴일이 되면 사원과 성당으로 가서 각자 나름대로 꾸릴 수 있게된 생활에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지하로 굴러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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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The New City
새로운 도시, 하운즈펠의 도약 

- 그런 슬로건을 내세우고 시작된 ‘하운즈펠 재건 프로젝트’는 23년 현재까지 인기리에 연임 중인 클림스키 시장의 가장 빛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시장의 전폭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신도심은 이른 시일 내에 하운즈펠의 금융과 과학 연구 사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재건 사업 이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교외지나 가동이 멈춘 옛 공장 부지가 대부분이었던 북부는 이제는 그 악명 높은 밤의 도시가 맞나 싶을 만큼 반짝거리는 새 건물과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들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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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 건설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하운즈펠 경찰청도 신도심으로 이전해 왔다. 새로운 청사에 입주한 경찰청장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구도심의 범죄 구제를 아예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운즈펠에서 일어나는 강력범죄 대부분이 남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도 잠시, 이제는 시장마저 신도심의 임시 사무실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 중이다. 15년부터는 변종 인간 연구로 업계의 첨단을 달리는 파나키아 바이오가 하운즈펠 대학교와 투자 협력 계약을 맺었다. 인근에 기업 연구 단지도 설립되었다.

상류층 대부분이 여기 거주하며 흑인과 히스패닉, 이민자 n 세대가 대부분인 구도심에 비해서 백인 고소득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신도심 지역 공립학교 대학 진학률은 89%에 달한다. 치안 수준도 도시 일반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신도심의 클림스키 타워는 베들램 강 건너 구도심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야경을 자랑한다. 강과 도로를 따라 항구까지 이어지는 가로등 조명과, 옹기종기 모인 슬럼가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빛으로 만들어진 야경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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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려한 네온사인 빛도 들지 않는 구불구불한 뒷골목에서 어떤 비명이 들리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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