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igters THE NIGH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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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s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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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끝

범죄 종식, 자경주의 종말
"이제 시민 여러분들에게 하운즈펠의 밤을 돌려드리겠습니다!"

클림스키 시장의 두 번째 임기를 장식한 야심찬 공약이었다. 범죄의 종식은 “마치 주님이 도운 것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매일 밤 사이렌이나 울리며 허탕 치던 경찰들이 갑자기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신출귀몰하며 조직범죄자와 빌런들을 제압했다. 타블로이드들도 동어 반복을 피하려 머리를 싸맬 정도로 연일 범죄 소식을 터뜨리던 유명 범죄자들이 의문스럽게 사망하거나 자살하기 시작했다. 개중에 자수한 놈들만 '목숨을 건졌다.' 

갑자기 경찰들이 신의 사도처럼 유능해지고 범죄자들은 알아서 사라지기 시작하니 자경주의자들에게는 명예로운 은퇴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요란하고 더러운 종말이었다. 그간 자경주의자들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저질러 온 범법 행위가 폭로되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던 자경주의자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나이터스들에게 가장 많은 죽음이 뒤따랐다. 모두 수배자 신세가 되어 생사도 모르고 뿔뿔이 흩어지거나, 정신병원에 수감되는 중에서도 자경주의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비극은 나이터스 리더 X의 의문스러운 죽음 소식이었다. 

그렇게 클림스키 시장이 비추는 빛 아래에 어두운 밤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시장이 비호하는 축복받은 북쪽 땅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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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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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흩어진 사이 하운즈펠의 범죄는 이제 마트를 털거나 뒷골목에서 사람을 때리는 잡범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기업적인 거대한 무언가가 되어서 교묘하게 사회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주먹 좀 잘 쓰는 놈들이 나선다고 해서 뭔가 할 수는 없었다." 

바닥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곳이 그 바닥의 바닥이다. 하운즈펠 남부에서도 남쪽, 싱크홀과 항구 사이의 무인지대와 무법지대에서도 아래. 하운즈펠의 가장 깊은 심연.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다. 언젠가 지상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잠시' 지하에 신세를 지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고리대금, 청부용역, 납치, 인신매매 등 때아닌 이주민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마피아들이 준비한 덫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과 북쪽 신도시 재건 사업에 강 이남으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이 지하 생태계를 살찌웠다.    

이 지하 구역의 시작은 탈세와 탈법 거래 창구였다. 건물의 지하와 지하로 두더지처럼 통로를 파두었다가 국세청에서 단속이 오면 장부와 금고를 옆 건물로 빼돌리는 식이었다. 그다음에는 마약, 무기, 시신, 사람.  근래에는 변종들까지도. 목적이 다양해질수록 통로도 거미줄처럼 뻗어나갔다.

현존하는 어떤 지도도 지하 미로의 전체 구조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 지하 왕국은 사우스 릿지 남부 끝의 슬럼가도 어린이 수영장처럼 보이게 할 만큼 깊고 복잡하고 위험하다. 싱크홀 사태 이후로 몇몇 구역에는 지하수가 차올라서 익사나 감전 위험도 심각해 경찰도 내려가지 않는다. 해마다 지역 경찰과 선량한 시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 암굴로 다크투어를 떠났다가 시체로 발견되는 관광객들이 뉴스 기사를 장식한다. 

이 지하 어딘가에 나이터스의 '둥지'가 있었다. 




둥지

사라진 둥지  
지하까지 굴러떨어진 자가 잡을 수 있던 유일한 희망이 하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자경단체 나이터스의 본부가 지하 미로의 어둠 속에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전화 주파수도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도움을 청하면 누군가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가 있던 시절. 단순한 도시 전설로 치부되기도 했다. 정확한 위치가 민간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X가 죽은 후로는 소문조차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나이터스들은 알고 있다. 둥지는 존재했다. X가 끌어모은 네트워크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지하미로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로는 그렇게 사람을 속이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큰 구조물이 사라진 X의 시체처럼 감쪽같이 증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둥지는 개미굴처럼 복잡한 진입로와 철저하게 보안이 걸린 수로 문을 건너 지하 깊은 곳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습한 물이끼와 근원을 알 수 없는 비린내가 가득한 수로 끝에. 적어도 수십 년 먹은 임대 빌라보다는 훨씬 나은 곳이었다. 짜증 나는 놈의 면상 대신 주먹질을 할 수 있는 샌드백이 준비된 운동실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본부의 내부 환기, 스프링쿨러, 방진 장치, 진입로 모두 ‘비둘기’라 불리는 AI가 관리했다. 이 기지는 누군가에게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이었고, 누군가가 등을 대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집이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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