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시티The Night City
도시의 밤은 길고 동이 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운즈 펠에게 붙은 별명. 본명보다 더 유명한 악명, 나이트 시티. 이 밤의 도시는 그 중심을 가로지르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베들램 강을 기준으로 명암이 갈린다. 블림스키 시장이 보우하는 북부와, 밤마다 사이렌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는 남부. 북부 시민들은 도시 신출내기들에게 ‘해가 진 후에는 절대로 남쪽으로 가지 말아라’ 주의를 주곤 한다.
남부의 도심은 잘리다 만 케이크 같은 모양새다. 유서깊은 주거지와 중심지 한 움큼을 싱크홀이 가져간 후, 사고를 간신히 피해 간 지역은 명줄 길게 살아남아 도심의 역할을 한다.
구도심 중심에 쐐기처럼 박힌 싱크홀은 03년 이후 그대로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접근 금지’ 표지판과 너덜거리는 폴리스라인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가드레일 하나 없다. 싱크홀 주변에는 반쯤 무너진 채로 고쳐지지 않고 버려진 건물들과 짓던 도중 투자가 중단되어 철골만 존재하는 빌딩들이 즐비하다. 모든 것들이 03년에 멈춰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건물주와 거주자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돌아올 것처럼. 한 편으로 돌이킬 수 없이 낡아간다. 구도심의 동부 끝자락에 있는 항구에서 성행하던 무역업과 조선업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주인을 잃고 삭아가는 선박들, 버려진 크레인과 용도를 알 수 없는 화물 컨테이너. 선박 하역장과 조선 현장을 오가던 노동자들이 머무르던 빌라촌은 본래 주인을 잃고 고스란히 슬럼이 되었다. 간혹 항구에 화물 선박들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떳떳한 목적은 아니다. 마약이나 무기 또는 사람 같은 것들이 거래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사고를 살아남은 조각을 올드 뉴 타운이라 부른다. 법원과 시청, 성당과 모스크가 모여있어 위험한 구도심에서도 그나마 늦은 밤까지 걸어 다닐 만하다. 구 도심에서 거의 손을 놓은 것처럼 구는 시 정부도 이 구역에는 경찰력을 조금 더 배치해 두었다.
이런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고 지대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유태인, 아시아인 이민자가 세운 거리들이 등과 등을 붙이고 있다. 사우스 릿지의 이민자 절반 이상은 저소득층으로, 남동쪽의 구 무역항을 둘러싸고 형성된 슬럼가에 주로 거주한다. 주민 대부분은 수급 지원을 받는 일용직, 파트타임 노동자들이다. 싱크홀 접근 금지 표지판 코앞에서 성업하는 식당이나 노점상들은 이들의 솜씨다. 사정이 좀 나은 이들은 신도심의 기업으로 출퇴근한다. 휴일이 되면 사원과 성당으로 가서 각자 나름대로 꾸릴 수 있게된 생활에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지하로 굴러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